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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 신태일 © 세계타임즈 |
[세계타임즈 이두경 기자] 최근 유튜버가 또다른 유튜버를 죽이겠다는 영상을 공개해 “도가 지나쳤다”는 논란이 일고 급기야 경찰조사까지 이뤄지게 된 사건이 있었다. 영상의 내막은 남성혐오성 발언을 자주 해온 온라인 게임 여성 게이머이자 게임 방송 진행자인 ‘갓건배’를 살해하겠다는 내용. 이 여성은 여성 게이머들이 남성 게이머들로부터 성회롱을 당하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듣는 것에 대해 남성 비난 발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 가해성 당사자는 신태일, 김윤태 등 유명 남성 BJ들인데, 이중 신태일이 갓건배의 어머니에 대해 쌍욕을 한 영상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영상에서 신태일은 갓건배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 언급하며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을 비하하는 단어인 일명 ‘창*’라면서 랩을 하는 형식으로 갓건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영상에서 신태일은 갓건배에 대한 분노 섞인 속내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믹스런 제스츄어를 취해 유튜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갓건배의 어머니를 향해 욕을 하는 신태일은 과거 유튜브 영상 ‘지하철에서 라면 끓여먹기’에서는 지하철 플랫폼 앞에서 라면을 끓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한 아주머니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며 살갑게 구는 장면도 연출했다. 또한 “라면 쳐먹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자신에 대해 코믹스럽게 비하하거나 “님들 밥 쳐 먹을 때...”라고 시청자들을 비하하는 식의 발언도 했다. 이 영상의 끝 무렵에는 꾸준히 하면 한 달에 2~3만원을 벌 수 있게 한다는 ‘돈벌기 앱’에 대해 설명하며 돈 버는 법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팁도 줬다. 이 때 신태일의 설명에 대해 질문하는 “나 같은 찐따새끼는 어떻게 보냐”라는 댓글에 응답하기도 했는데, 심태일의 시청자마저도 자기비하를 하는듯한 모습이다.
이러한 신태일이 과연 진심으로 갓건배를 살해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난 10일 신태일을 대동한 채 갓건배를 죽이러 집에 찾아가는 영상을 공개한 BJ 김모씨는 다음날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원 통고처분을 받았다. ‘살해’라는 단어가 영상에서 자주 언급되면서 긴박함은 점점 고조됐고, 영상은 평소 갓건배로부터 남성혐오 발언을 듣고 증오심을 키워왔던 시청자들에게 더욱 흥미를 유발했을 터. 이들은 영상을 보면서 갓건배의 얼굴이 궁금했거나 ‘설마 진짜로 죽일까’라는 생각보다는 ‘일종의 헤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영상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경찰도 고작 범칙금 5만원이라는 벌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영상이 공개되던 이날 새벽 1시 30분께부터 서울 성북경찰서로 총 3차례나 신고가 들어왔다. 영상을 보던 시청자가 ‘실제로 살인사건이 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로 신고를 했던지, 영상이 시청자의 숨어있던 범죄 심리를 자극시켜 새로운 여성혐오 범죄를 부추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신고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 영상이 시청자들을 ‘살인사건을 실제 보게 된다‘는 환상을 심어줄 여지가 컸던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 영상에 흥미를 느끼는 것일까. 단순히 영상이 자극적이어서 뿐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TV나 영화, 유튜브 영상 등으로부터 나오는 여러 방송 컨텐츠 중에 관심이 있거나 공감을 일으키는 부분이 많으면 흔히 부르는 ‘애청자’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공감’이다. 이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의 대부분은 긴박함에 끌렸거나 혹은 갓건배에 대한 BJ의 증오심에 공감한 것이다.
공감. 일면에서는 인간 사이 소통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아름다운 단어지만 이 단어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릴 만한 파워를 갖게 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촛불시위’가 그 예다. 우리는 이 공감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 여론이 최근 큰 힘을 갖게 된 것도 공감이 사람들의 정신적 세계를 지배하는 주요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성혐오를 하는 방송진행자로 알려진 갓건배를 살해까지 하고 싶다는 인터넷 내 시청자 속내의 공감을 이끌어내 방송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신태일과 김모 BJ가 청년실업으로 인해 주머니사정이 좋지 않아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일명 2030 3포 시대 젊은이들의 남성혐오와 여성혐오로 물들여진 분노의 ‘분출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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